동물은 우리의 친구일까? 먹이일까?
여기 스스로 친구도 별로 없고 기질도 허약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. 조선 후기 실학자들 가운데 한 명인 이덕무이다. 그는 서자로 태어나 높은 벼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규장각에서 활약하며 정조의 신임을 얻기도 한 학자이다.
몸이 허약해서 요즘 시대로 치면 '홈 스쿨링'을 받았는데,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가난했고, 어린딸과 여동생을 먼저 떠나보냈다. 늘 잔병치레를 하다가 큰 병에 걸린적도 있었지만, 전체적으로 굴곡없는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.
규장각에 근무하며 많은 서책을 접했고, 청나라 문물에 개방적이었던 그가 쓴 글이 박물학적 성격을 띠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. 특히 동물에 대한 서술은 이익의 에 나오는 동물 서술과 꽤나 흡사하다. 성호사설을 많이 인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아 그도 여타 실학자들처럼 성호사설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
친구도 별로 없고 몸도 좋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 세상을 관찰할 시간이 많았었을테니, 이덕무는 이익만큼이나 동물을 자세히 관찰할 줄 알았다. 그 역시 다양한 동물들을 기르고, 동네방네 떠도는 신기한 동물 이야기를 모아서 적기도 하였으며, 애완동물을 향한 사람의 애매한 태도에 대해 개탄하기도 했다.
동물은 우리의 친구일까, 먹이일까? 우리는 왜 어떤 동물은 친구처럼 사랑하고 어떤 동물은 맛있게 얌얌 먹을까? 친구를 먹는 일이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먹는 동물과 애완동물을 구분한다. 애완동물을 먹는 행위를 떠올린다면 어떻게 생각해도 기분이
좋지 않다.
그러나 여기 친구의 살을 뜯어먹은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.
마땅히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하여 그 정당함을 얻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다. 우리집 행랑채에 소년 하나가 기거하고 있었다. 그 소년은 비둘기 길들이기 지나치게 좋아하여 잠시도 비둘기 얘기를 하지 않는 적이 없었는데 옷 입고 밥 먹는 일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.
그런데 어떤 개가 비둘기 한마리를 물어 갔다. 소년이 쫓아가 비둘기를 뺏고는 어루만지고 눈물을 흘리며 매우 슬퍼하였다. 소년은 곧 비둘기 털을 뽑고 그것을 구워 먹을 때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. 그러나 비둘기 고기는 꽤 맛이 있다고 했다.이것은 인자함인가, 아니면 욕심인가. 어리석을 따름이다.
온갖 더러운 도시괴담의 주인공이자 닭둘기라는 애칭을 가진 비둘기는 한때 동아시아 곳곳에서 서신 전달용, 애완용, 반찬용, 도박싸움용, 그리고 군사작전용으로 인기가 많았던 조류였다.